📑 목차
순수 디지털·애널리틱스 기업 대비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는 구조적 이유와, 매출·마진·서사 변화에 따른 재평가 가능성을 분석합니다.

왜 디지털·애널리틱스 역량을 갖추고도 디스카운트를 받는가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애널리틱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환경에서도, 일부 기업은 순수 디지털·애널리틱스 기업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는다. 나는 이 현상을 단순히 성장성 부족으로 해석하는 것은 매우 피상적이라고 본다. 핵심은 기업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보다, 시장이 그 기업을 어떤 범주로 분류하고 있는가에 있다.
자본 시장은 기업을 기능이 아니라 정체성(identity)으로 평가한다. 순수 디지털·애널리틱스 기업은 태생부터 소프트웨어, 플랫폼, 데이터 기업으로 인식된다. 반면 디지털·애널리틱스 역량을 갖춘 하이브리드 기업은 여전히 BPO, IT 서비스, 컨설팅, 운영 아웃소싱이라는 과거 프레임에 묶여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 인식의 지연이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의 출발점이라고 본다.
인력 기반 매출 구조가 만드는 구조적 할인 요인
순수 디지털·애널리틱스 기업은 매출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구독, 데이터 플랫폼 사용료처럼 자산화된 형태로 발생한다. 이들은 매출과 인력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약하다. 반면 디지털·애널리틱스를 제공하더라도, 인력 투입이 여전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은 인력 집약적 모델로 분류된다.
나는 이 지점에서 밸류에이션 차이가 발생한다고 본다. 시장은 인력 집약적 매출을 확장성의 한계가 있는 매출로 인식한다. 아무리 데이터와 AI를 활용하더라도, 매출 증가에 일정 수준의 인력 증가가 동반되면 멀티플 상단이 제한된다. 이는 실제 성장률과 무관하게 적용되는 구조적 할인이다.
‘기술을 쓰는 기업’과 ‘기술을 파는 기업’의 차이
또 하나의 중요한 구분은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과 기술을 판매하는 기업의 차이다. 하이브리드 기업은 디지털·애널리틱스를 내부 운영과 고객 서비스에 적극 활용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운영 효율화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순수 디지털 기업은 기술 그 자체가 상품이다.
나는 이 차이가 밸류에이션 멀티플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고 본다. 기술을 파는 기업은 기술 발전 자체가 성장 스토리가 되지만,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은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되어도 비용 절감이나 마진 개선의 도구로만 해석된다. 이 인식 차이가 동일한 데이터·AI 역량을 보유하고도 밸류에이션 격차를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디스카운트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서사다
많은 투자자는 디스카운트를 수치로 설명하려 한다. 성장률이 낮아서, 마진이 낮아서, 혹은 매출 구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의 본질이 서사(Narrative)에 있다고 본다.
순수 디지털 기업은 “확장 가능한 플랫폼”, “네트워크 효과”, “승자 독식 구조” 같은 서사를 쉽게 확보한다. 반면 하이브리드 기업은 “안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성장”, “서비스 기업”, “경기 민감”이라는 서사에 묶인다. 이 서사는 실적이 아닌 분류의 문제이며, 한 번 굳어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재평가의 출발점: 매출 구조의 질적 변화
그렇다면 이 디스카운트는 영구적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재평가의 첫 번째 조건은 매출 구조의 질적 변화가 명확해지는 순간이다. 단순히 디지털 매출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성·구독성·계약 기간이 길어지는 구조로 전환될 때 시장의 시선은 바뀌기 시작한다.
특히 애널리틱스, AI, 자동화 솔루션이 프로젝트 단위가 아니라 플랫폼 또는 장기 계약 형태로 제공되기 시작하면, 매출은 인력 집약적 서비스가 아니라 디지털 자산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나는 이 시점이 멀티플 재평가의 기술적 출발점이라고 본다.
마진 구조의 변화가 만드는 두 번째 촉매
재평가의 두 번째 조건은 마진 구조의 변화다. 순수 디지털 기업이 높은 멀티플을 받는 이유는 현재 마진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마진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기업 역시 디지털·애널리틱스 비중이 확대되면서 인력 대비 매출 효율이 개선되면, 이 기대를 일부 공유할 수 있다.
나는 이때 중요한 것이 단기 마진 상승이 아니라, 마진의 경로라고 본다. 분기별 변동성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마진이 우상향하는 구조가 명확해지면 시장은 이를 밸류에이션에 반영하기 시작한다.
고객 락인과 전환 비용의 가시화
순수 디지털 기업은 고객 락인과 전환 비용이 명확하다. 플랫폼을 바꾸는 비용이 크고, 데이터 이전이 어렵다. 하이브리드 기업은 이 강점을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AI·애널리틱스가 고객의 핵심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전환 비용은 급격히 상승한다.
나는 이 지점이 재평가의 중요한 서사적 전환점이라고 본다. 고객이 단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데이터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기업은 더 이상 교체 가능한 외주업체가 아니다. 이때부터 시장은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반영한 멀티플을 적용한다.
비교군 변화가 밸류에이션을 바꾼다
밸류에이션은 절대적이기보다 상대적이다. 어떤 기업과 비교되느냐가 중요하다. 하이브리드 기업이 여전히 전통적 IT 서비스·BPO 기업과 비교되는 한, 디스카운트는 유지된다. 그러나 시장이 비교군을 순수 디지털·애널리틱스 기업 일부로 확장하기 시작하면, 멀티플은 자연스럽게 재조정된다.
나는 이 비교군 변화가 실적보다 늦게, 그러나 한 번 시작되면 빠르게 진행된다고 본다. 이는 애널리스트 커버리지, 투자자 프레젠테이션, 사업부 분리 공시 등 다양한 신호를 통해 촉발된다.
리스크 요인: 재평가가 지연될 수 있는 조건
물론 재평가에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디지털 매출이 늘어도 가격 경쟁이 심화되거나, 기술이 차별화되지 못하면 시장은 이를 범용 서비스로 인식할 수 있다. 또한 인력 기반 매출 비중이 여전히 크다면, 멀티플 상단은 제한된다. 나는 이 점에서 재평가가 자동적으로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구조의 변화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디스카운트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결론
결론적으로, 순수 디지털·애널리틱스 기업 대비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는 실력 부족의 결과라기보다 정체성 오해와 서사 지연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매출 구조, 마진 경로, 고객 락인, 비교군 인식이 동시에 변화하면, 이 디스카운트는 점진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나는 재평가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가치를 시장이 뒤늦게 인식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디지털·애널리틱스 역량이 실질적으로 기업의 중심이 되는 순간, 밸류에이션은 그 변화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